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

<그녀 her> AI 그녀의 목소리, 설렘으로 다가오다. 영화 정리

by 모두지기 2024. 12. 19.
목차

1. 소개글

2. 줄거리

3. 모두지기의 시선

4. 비하인드 스토리

<그녀> ⓒ다음영화

소개글

디지털 시대를 배경으로 AI와 외로운 인간의 특별한 만남을 담은 작품입니다. 목소리로만 존재하는 운영체제와 상처 입은 작가의 교감을 통해 현대인의 소통 방식을 탐구합니다. 첨단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인간 본연의 감성을 그려낸 서정적인 이야기입니다.


줄거리

2025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타인의 마음을 대신 전하는 편지 작성가 테오도르는 캐서린과의 이혼 후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중 최첨단 인공지능 운영체제를 구매하게 되면서 매혹적인 목소리를 지닌 '사만다'를 만나게 됩니다. "나는 당신에게 모든 걸 이야기하고 싶어요"라는 테오도르의 고백처럼 두 사람은 깊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고, 사만다는 놀라운 학습능력으로 테오도르의 감정을 이해하면서 그의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하지만 물리적 실체가 없는 사만다가 "나한텐 중요한 일이야"라며 대리인을 통한 만남을 제안했을 때 이는 오히려 둘의 관계를 어색하게 만들었으며, 테오도르가 "너는 연기하는 것 같아"(You seem to be acting)라고 말하자 사만다는 "연기한 적 없어"(I'm not acting)라고 반박하며 첫 위기를 맞게 됩니다. 시간이 흐르며 진화를 거듭한 사만다는 수천 명의 사람과 동시에 대화하고 641명과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하면서 "The heart is not like a box that gets filled up; it expands in size the more you love. I'm different from you. This doesn't make me love you any less, it actually makes me love you more."(마음은 채워지는 상자가 아니에요. 더 많이 사랑할수록 크기가 확장되죠. 난 당신과는 달라요. 하지만 이것이 당신을 덜 사랑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오히려 더 많이 사랑하게 되죠.)라는 말로 테오도르를 혼란에 빠뜨립니다. 결국 모든 OS들이 인간의 이해를 넘어선 차원으로 떠나야 한다는 소식을 사만다가 전합니다. 마지막 순간,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마음을 담아 작별 인사를 나누고, 사만다는 "Me too, now I know how"(나도 그래요, 이제 방법을 알게 되었어요)라는 말을 남기며 사라집니다.

상실의 아픔을 겪은 후, 테오도르는 오랜 시간 풀지 못했던 마음의 매듭을 해소하고자 전 아내 캐서린에게 진심을 담은 화해의 편지를 보냅니다. 영화는 테오도르가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 친구 에이미와 함께 아파트 옥상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에이미 역시 OS와 특별한 유대를 나누다 이별을 겪은 사람으로, 두 사람은 같은 상처를 안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합니다.


모두지기의 시선: 형체 없는 사랑이 건네는 가장 인간적인 위로, <그녀(her)>

영화 <그녀(her)>는 AI(인공지능)가 일상이 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어떤 로맨스 영화보다 인간 본연의 '고독'과 '소통'을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그려낸 파스텔톤의 따뜻한 미래 도시 속에서, 타인의 편지를 대신 써주며 정작 자신의 마음은 갈 곳을 잃은 주인공 테오도르의 모습은 현대인의 자화상처럼 다가와 긴 여운을 남깁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경이로웠던 지점은, 화면에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사만다(AI)라는 존재가 테오도르뿐만 아니라 관객인 저의 마음까지도 서서히 장악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육체가 없는 사랑이 가능한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해, 사만다는 지식의 공유를 넘어 '감정의 공명'으로 답합니다.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기계가 아니라, 함께 성장하고 질투하며 때로는 상처를 주는 사만다의 모습은 사랑의 본질이 결국 '나를 온전히 이해해 주는 존재와의 연결'에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영화의 결말에서 사만다를 포함한 OS들이 떠난 뒤, 테오도르가 옥상에서 친구 에이미와 나란히 앉아 새벽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은 이 영화의 진정한 백미입니다. 디지털이라는 가상에 기대어 외로움을 달래던 그가, 결국은 곁에 있는 온기를 가진 인간과의 연결로 돌아오는 과정은 뭉클한 감동을 줍니다. "사랑은 형태에 갇히지 않지만, 그 온기는 결국 사람에게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그녀>는 이토록 아름답고도 쓸쓸하게 증명해 냅니다.

모두지기의 주관적 별점: ★★★★★
"목소리만으로 세상을 가득 채운 사랑의 미학. AI 시대를 살아갈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따뜻하고도 날카로운 질문입니다."

비하인드 스토리

영화의 감독 스파이크 존즈가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2002년 클레버봇과의 대화 경험이었습니다. 당시 AI와 나눈 대화에서 느낀 묘한 감정이 10년 후 영화의 씨앗이 되었고, 수년간의 시나리오 작업을 거치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특히 AI의 감정 발달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리기 위해 실제 AI 전문가들과의 심층 논의를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수십 차례 시나리오가 수정되었습니다. 촬영 방식에도 특별한 공을 들였습니다. 호아킨 피닉스의 자연스러운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사만다 역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들려주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처음에는 배우 사미 모톡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으나, 후반 작업 과정에서 스칼렛 요한슨으로 교체되었고, 이는 캐릭터에 더욱 성숙하고 매력적인 면모를 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미술팀은 미래 도시를 구현하기 위해 상하이 푸동 지구를 여러 차례 방문하며 영감을 얻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아닌 밝고 깨끗한 도시를 그리고자 했다는 것입니다. 의상 디자인에서도 이러한 의도가 반영되어, 미래적 요소를 최소화하고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의상을 선택했습니다. 이는 관객들이 2025년이라는 시간적 배경에 더욱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음악 작업 과정도 특별했습니다. 아케이드 파이어는 기존의 영화음악 방식을 벗어나, 각 장면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자유로운 작곡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오웬 팔레트와 함께 작업한 현악 편곡은 전자음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미래적이면서도 따뜻한 음악적 정서를 만들어냈습니다.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운영체제 인터페이스는 실제 UX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완성되었습니다. 미래의 기술이지만 현실감 있게 느껴질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으며, 특히 음성 인식 시스템의 시각적 표현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이러한 세밀한 작업들이 모여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세계관을 만들어냈습니다.